청계천에 모인 사람들 불법집회라는데, 어디선가 누군가의 포스트 밑에서 댓글 달다 갑자기 날아오는 '종로에서 뺨 맞은 뒤 이글루의 화풀이'를 당한 터라 뭔가 조금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.
상황을 대충 보니, 청계천 문화제 주최는 시위나 집회의 성격으로 신고를 한 게 아닌 모양이고, 더군다나 일몰 후까지 행사를 할 계획은 없었던 모양.
궁금한 첫번째는, 어쩌다가 이게 집회로 변질되었는지 모르겠다는 것. 단순한 문화제가 아니라 집회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경찰이 판단한 것일까? 뭐 내가 보기에도 말은 '문화제'지 집회 성격인 것은 뻔해 보인다. 그걸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해야 하나 이게 뻔히 집회 성격인데, 문화제로 신고한 건 주최 측이 안이했다고 볼 수 있겠다. 문화제든 계획된 집회든 우발적인 집회든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경찰은 일몰 후에는 주최 측이 둔 18세 이상의 '질서유지인'을 두는 조건을 두고 일몰 후 집회를 허가한다. 신고하지 않은 집회는 불법이 되는 것이고, 더군다나 일몰 후 '질서유지인'을 두지 않은 주최자는 스스로 불법의 빌미를 만들어 준 꼴이다.
몇가지 특정한 사항만을 금지하고 나머지는 포괄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 있는데, 너는 여기서 오줌 누는 것 빼고는 뭐든 해도 돼 따위가 그런 종류다. 네거티브 방식은 일반적으로 위험상황 발생이 적다든지 규제 대상자의 이익이 매우 커서 함부로 권리를 제한하지 않으려 할 때 선택한다.
포지티브 방식은, 너는 이거이거만 할 수 있다 종류이다. 당신들은 일몰 시간에는 '질서유지인'을 두고 집회를 할 수 있습니다 따위. 청계천에서 불법이라는 뺨 맞고 화풀이하는 어떤 분은, 왜 국민의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과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제한하려고 '질서유지인'과 일몰 후 집회 기준이 있는 거냐고 투덜거린다.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오는데 이분은 좀 지나치게 다혈질이다. 상식적으로 해 진 후에 안전사고 위험은 높다. 낮과 밤 시간이 같다고 생각하면 밤에도 전조등 켜지 말고 다니든가 해야할 사람이다. 상식적인 위험 발생요인이 높기 때문에,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택하게 되는 법이다. 법은 일반적으로 그런 방식으로 만들어진다. 그리고 '질서유지인'이나 '일몰 후 집회의 일반적 금지'는 결코 집회및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목적은 아니다. 오히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안전을 담보하고, 그 집회를 주최한 당사자들이 원하는 집회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갖추라는 의미이다.
경찰서장이 집회를 허가하는 건 '일정한 재량권' 안에서 이루어진다. 형식적인 요건을 갖춘 뒤면 허가해야 하는 것이다. 이런 걸 기속적이라고 하는데, 기계적으로 법 조문에 있는 걸 재량 없이 그대로 집행하는 것도 아니고, 어떤 조건에 맞추어 요건을 갖추면 허가하는 것이다. 포지티브 방식의 일몰 후 집회금지가 집회의 원천봉쇄 의도라고 주장하는 건 어째 영 이상하다.
대충 결론을 내자면, 문화제 주최자 측에서 스스로 이명박 정부에게 사법적 탄압을 당할 빌미를 주었다고 할 것 같다. 하긴 뭘 해도 이명박 정부는 구실은 만들었겠지만, 뻔한 불법(불법에 가치 판단이 들어간 의미는 아니다, 형식적 법률 적용할 때 규칙을 넘어섰으니 당근 불법이지.)을 법조문까지 들이대며 무식을 스스로 자랑하는 짓 따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.
노파심에서 당부하지만, 이 글은 결코 촛불집회가 지향하는 바를 폄하하려는 의도 따위는 아닙니다. 뭐 이렇게 말해도 돌 던질 사람들 있겠지만...
[관련 포스트]
http://studioxga.egloos.com/3729027http://byzantine.egloos.com/1672167